Weiss DAC502 MK.2 4ch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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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오디오 브랜드인 바이스는 마스터링 스튜디오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능으로 인기를 얻은 브랜드이다. 오너인 다니엘 바이스는 1979년부터 5년간 스튜더 사의 연구소에서 근무했었고, 1985년 바이스 엔지니어링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마스터링 스튜디오 장비와 디지털 믹싱 콘솔용 모듈을 개발하고 제조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플러그인 타입이 유행이지만, 정통 마스터링 스튜디오들은 여전히 하드웨어 기반의 장비들을 높이 평가한다. 아마도 우리가 들어 온 상당수의 CD 음반들이 바이스의 장비를 사용해 마스터링되었다고 할 정도다.

이처럼 동사는 마스터링 스튜디오 기반의 프로페셔널 오디오 개발로 시작했고, 하이파이용 모델의 경우도 스튜디오 장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특히 녹음 및 마스터링에 관련된 기기에 생소한 하이파이 마니아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모델이 있는데, 바로 2002년 선보였던 Medea DAC와 2005년 Jason CDT이다. 필자 역시 처음 접했던 바이스의 모델들이었는데, 외관에서 보이는 단아함과 함께 그 당시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깊이 있는 무대와 다양한 표현의 음색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최근 동사는 하이파이 DAC 및 스트리밍 플레이어 시장에 주목할 만한 신제품을 선보였는데, 바로 DAC502 MK2 4ch 모델이다. 기존 DAC502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프로용과 하이파이용의 장점들을 잘 반영한 미래 지향적인 4채널 모드를 지원하는데, 리뷰를 통해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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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제품 스타일인데, 사이즈는 슬림하며, 전면 패널에는 헤드폰 단자와 LCD 터치스크린, 엔코더 타입 로터리 노브만으로 깔끔하게 마감되었다. 그리고 엔코더 노브를 통해 전원, 볼륨, 각종 선택 등 다양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간략화했다. 제품 후면은 디지털 입력용으로 AES/EBU용 XLR 단자와 USB B 단자, 코액셜 및 옵티컬 단자로 구성되어 대표적인 디지털 입력 모두를 지원하고 있다. 아날로그 출력은 4채널을 지원하는 XLR 밸런스 출력과 RCA 언밸런스 출력이 있는데, 사용된 단자들은 RCA는 후루텍 제품, XLR은 뉴트릭으로, 신뢰성이 뛰어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헤드폰을 위한 4핀 타입 XLR 단자를 별도로 마련해 두었다.

두 번째로 4채널 버전의 의미를 살펴보겠다. 스테레오 중심의 하이파이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사운드의 확장성과 라이브 공간과 같은 입체감 제공이 중심에 있다. 다양한 사용 방법이 가능한데, 일반적으로 하이파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전면 스테레오 2채널에 추가하고 각도를 변경해 2채널 스피커를 추가 설치하는 방법이다. 다음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후면 서라운드 개념의 2채널 스피커를 추가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면 2채널 스피커와 오픈형 헤드폰을 동시에 사용해 입체감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서브우퍼 연동까지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 리뷰 제품의 4채널 확장을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 중 첫 번째 방법으로 설명했던 각도를 변경한 2채널 스피커 추가 방법을 적용했다. 전면에 2조의 스피커를 추가 세팅해 리스닝해 보았는데, 예상대로 쉽게 공간의 입체감과 스테이지의 확장을 통해 라이브 공간감을 만들어 냈다. 이 정도 입체감은 대부분 다채널의 멀티 방식으로 구현해야 가능한 방법이지만, 스피커 1조의 추가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가져 왔다는 점은 바이스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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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DAC 및 증폭부와 DSP 성능이다. 먼저 사용된 DAC는 ESS 사의 사브레 8채널 DAC 칩을 4채널씩 나누어서 2채널 디퍼런셜 방식으로 사용했고, 이를 통해 SNR도 높였다. DAC 이후 아날로그 증폭단은 OP 앰프를 사용하지 않고 트랜지스터를 풀어서 사용한 풀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설계되었고, 사용된 부품 역시 일반적인 SMD 부품이 아닌 비샤이 저항 등 최고의 오디오용 부품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완전히 독립적인 낮은 임피던스의 4채널 아날로그 출력단을 가졌다. 다음으로 각종 오디오 신호 처리의 핵심인 DSP의 경우는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아날로그 디바이스 사의 SHARC 시리즈 디지털 프로세서인 ADSP-21488을 사용해 오디오 신호 처리를 최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각종 컨트롤과 네트워크, USB 인터페이스의 구현은 TI 사의 32비트 ARM Cortex Sitara 프로세서를 사용해 완벽히 구현했다. 이처럼 최고급 솔루션들을 투입해 개발함으로써 일반적인 하이파이의 기준을 뛰어넘으며, 까다로운 마스터링 스튜디오 장비 기준의 최신 알고리듬을 기반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네 번째는 스트리밍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과 재생 방식이다. 가장 강력한 기능 중 하나는 바로 Roon Ready 지원인데, 요즈음 스트리밍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중심에 있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UPnP, DLNA도 기존 버전부터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AES/EBU, USB, 코액셜, 옵티컬 등 다양한 디지털 입력을 통한 디지털 음원 재생의 경우 PCM은 최대 384kHz, DSD는 128까지 지원된다. 특히 모든 음원을 195kHz로 업샘플링한 뒤 해당 샘플레이트로 재 변환하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정확한 샘플레이트 처리와 클록의 안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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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웹 인터페이스’ 기능이다. 동일한 공유기 환경의 PC에서 할당된 IP를 입력하면 바로 웹 인터페이스의 다양한 세팅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사용을 위해서는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이스의 기술을 통해 DSP로 구현된 ‘플러그 인 방식’ 기능들을 사용해 보면 제품의 활용도가 한층 다채로워진다. 주목할 만한 기능을 요약해 보면, 치찰음을 제어하는 De-Essing와 스톡피쉬 레이블의 에뮬레이션을 채용해 LP 사운드 특성을 제공한 Vinyl Emulation, 3밴드 파라메트릭 방식의 EQ와 크로스토크 캔슬링을 위한 XTC 기능이 가장 돋보이는 플러그 인이다. 단지 다이내믹과 라우드니스 EQ는 리미트가 바로 걸릴 수 있어 충분히 사용 방법을 인지한 뒤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룸 EQ도 제공하기 때문에 5밴드로 리스닝 환경의 컨디션을 조정할 수도 있는데, 별도의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캘리브레이션 마이크가 있다면 사용해 볼 만하다.

필자는 DSP 엔지니어로 다양한 DSP 개발 툴을 사용해 보았기 때문에 손쉽게 리뷰 제품의 플러그 인 기능들을 테스트해 보았는데, 사용 결과 바이스가 오랫동안 녹음 스튜디오용으로 한 발짝 앞선 기술력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었다. 특히 DSP의 다양한 기능을 세팅해 보면 꼭 필요한 요소들을 잘 정리해 두었기 때문에 바이스의 사운드 매력을 한층 더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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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닝은 필자의 청음실에서 Roon Ready를 연동해 타이달 음원을 재생해 보았다. 참고로 보컬 곡과 밴드 연주 곡은 4채널 세팅을 통해 진행했다. 보컬 곡은 샘 스미스의 ‘Diamonds’를 애비 로드 스튜디오 라이브 버전으로 들어 보았다. 워낙 녹음과 마스터링이 잘된 곡이고, 이 곡의 핵심은 스튜디오 모니터 사운드가 제대로 전달되는지가 관건이다. 역시 바이스는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인식한 듯 만족도를 높였는데, 마치 스튜디오 라이브 녹음을 최종적으로 마스터링 룸에서 모니터하듯이 정확한 표현력과 디테일, 각 악기 파트와 코러스의 조화를 분별력과 또렷한 질감으로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

밴드 연주 곡으로 포플레이의 30주년 기념 앨범 중 ‘101 Eastbound’를 2021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선곡해 보았다. 드럼의 박진감 넘치는 킥 드럼은 과하지 않고 윤곽이 좋았고, 라이징 사운드를 추구하는 심벌과 스네어 드럼의 브러시는 유난히 입체감과 생동감이 넘쳤다. 베이스 기타의 울림은 두께감이 상당했는데, 자칫 산만할 수 있는 곡이지만 전체적으로 악기들의 개별 재생의 느낌과 개별의 에너지가 잘 살아났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사라졌다. 중·저역의 온도감이 좋았고, 각 악기의 임팩트가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며 다이내믹이 제대로 살아나 응집력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대편성 곡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중 3악장 스케르초를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각 악기 파트의 분별력과 움직임이 상당히 다채롭고 활발했다. 플루트를 중심으로 한 목관 파트 역시 클라리넷과 오보에의 선율을 또렷이 구분해 줌으로써 중역대의 밀집된 사운드의 윤곽을 잡아 주었다. 대편성 곡에서 사운드를 앞으로 쉽게 밀어내기보다는 무대를 깊숙이 밀어 넣었는데, 콘트라베이스와 팀파니의 울림에서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스테이지를 집중력 있게 스피커 사이 공간에서 조밀하고 꽉 찬 무대로 만들어 주었다.

사운드를 정리해 보면, 일반적으로 음색의 포장에 익숙한 하이파이적인 성향과는 차원이 다른, 한 단계 성숙하고 정돈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이 제품은 스튜디오용으로 쌓아 온 동사의 노하우가 함축된 DAC이기 때문에 저역 표현력이 과하지 않고 깔끔하며, 고역의 투명함은 바이스의 매력이고, 음원에 따른 분별력이 명확했다. 정확한 사운드의 표현력과 정보력이 많기 때문에 디테일과 분해력에 아주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기본 사운드도 좋지만, 제대로 부가 기능들을 활용한다면 기존 듣던 음원들을 리마스터링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오디오의 재미를 한층 더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가진 DAC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바이스 DAC502 MK2 4ch의 진가는 제대로 된 하이엔드 시스템일수록 빛을 발휘하는 성향인데, 그 이유는 투명도와 음의 밀도감이 좋기 때문이다. 가끔 좋은 제품을 리뷰하면 리스닝 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DAC502 MK2 4ch가 여지없이 빈자리를 만들었다.

필자의 경우 워낙 레코딩 장비에 익숙하고 바이스 제품들은 초창기 제품부터 꾸준히 써 보거나 리뷰해 왔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만든 제품이었다. 그만큼 바이스 DAC502 MK2 4ch은 필자에게 유난히 반가운 리뷰의 시간이었고, 한 번은 꼭 경험해 볼 필요가 있는 DAC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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