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be Audio Bliss C 8인치 풀레인지 스피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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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 펄펄 살아있는 8인치 풀레인지의 위엄
Cube Audio Bliss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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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풀레인지 스피커의 매력에 푹 빠졌던 적이 있다. 사람의 성대나 악기의 발음 구조가 어차피 풀레인지인 이상, 이를 재현하는 스피커 역시 풀레인지, 즉 1웨이여야 한다는 논리는 쾌도난마처럼 명쾌했다. 그래서 에어타이트의 작은 풀레인지 스피커를 집에서 메인 스피커로까지 쓰기도 했다. 손톱 소지를 막 마친 듯한 매끈한 대역 이음매는 낯설면서도 가슴 설레는 음, 그 자체였다.

이후 리뷰를 겸해 들었던 독일 복사티브의 여러 풀레인지 스피커들은 에어타이트보다 몇 수 위의 신세계를 선사했다. 이 때 본격적으로 로더(Lowther) 유닛의 설계디자인을 파고 들었는데, 특히 고역용 보조 콘인 휘저(whizzer)의 존재 이유를 깨닫고는 그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발상의 전환에 감탄했다. 로더 말고도 알페어(Alpair), 에미넌스(Eminence), 포스텍스(Fostex), 슈프라복스(Supravox) 같은 명망 있는 풀레인지 유닛들이 많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

최근 폴란드 큐브 오디오(Cube Audio)의 Bliss C라는 풀레인지 스피커를 들었다. 자체 제작한 8인치 풀레인지 유닛을 장착했는데, 나오는 소리의 감촉이 너무나 싱싱해 깜짝깜짝 놀랐다. 멀티웨이 네트워크, 아이소배릭 우퍼, 베릴륨 트위터, 밀폐형 메탈 인클로저 같은 요즘 스피커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놓쳤던 바로 그 싱싱한 풀레인지의 음이었다. 필자는 지금, 이 스피커에 완전히 매료됐다.


큐브 오디오와 풀레인지 스피커


큐브 오디오는 2017년에 설립됐다. 공동 설립자는 그르제고르즈 룰카(Grzegorz Rulka)와 마렉 코스트르진스키(Marek Kostrzynski). 룰카는 폴란드 포즈난 공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고, 코스트르진스키는 폴란드의 스피커 제작사 파일론 오디오(Pylon Audio)의 책임 연구원이었다. 특히 룰카는 큐브 오디오 설립 전 2년 동안 무려 200개의 프로토타입 풀레인지 유닛과 인클로저를 만드는 열정을 보였다.

이들이 풀레인지 스피커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최고의 스피커’가 바로 풀레인지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 따르면 멀티웨이 스피커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다이내믹스와 디테일, 현장감, 중역대 표현력, 사운드 스테이지가 풀레인지 스피커에서는 너무나 쉽게 재현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 21세기에 걸맞은 풀레인지 스피커'를 위해 8인치와 10인치 풀레인지 유닛을 직접 제작하고 있다.

현재 라인업은 단품 풀레인지 스피커와 여기에 액티브 서브우퍼를 결합한 모델들로 대별된다. 플래그십 모델부터 따져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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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Nenuphar Basis, Nenuphar, Nenuphar Mon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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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Nenuphar Mini Basis, Nenuphar Mini, Nenuphar Mini Mon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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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Magus, Bliss C



Nenuphar Basis : 10인치 풀레인지 + 12인치 액티브 서브우퍼(클래스AB 200W)
Nenuphar : 10인치 풀레인지. 플로어 스탠딩
Nenuphar Monitor : 10인 풀레인지. 스탠드 마운팅
Nenuphar Mini Basis : 8인치 풀레인지 + 10인치 액티브 서브우퍼(클래스AB 200W)
Nenuphar Mini : 8인치 풀레인지. 플로어 스탠딩
Nenuphar Mini Monitor : 8인치 풀레인지. 스탠드 마운팅
Magus : 8인치 풀레인지
Bliss C : 8인치 풀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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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F10 Neo, F10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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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F8 neo, F8 Magus, Fc8 유닛



결국 이번 시청기는 8인치 풀레인지 유닛을 쓴 큐브 오디오의 막내라는 것인데, 상위 Nenuphar Mini, Magnus와는 유닛 자체가 다르다. Nenuphar Mini는 F8 Neo, Magus는 F8 Magus, Bliss C는 Fc8 유닛을 투입했다. 특히 F8 Neo 유닛은 중저역 콘에 붙은 휘저가 2장이나 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10인치 유닛인 F10 Neo도 마찬가지다.

휘저? 풀레인지? 로더? 이쯤에서 다시 정리해본다. 풀레인지는 말 그대로 유닛 1개가 재생 대역을 모조리 커버하는 유닛 혹은 스피커다. 때문에 2개 이상의 유닛을 사용할 때 필요한 네트워크 회로가 필요없고 이로 인해 에너지 감소나 크로스오버 주파수 부근의 왜곡 현상이 없다. 그리고 큐브 오디오와 복사티브 등은 풀레인지 자작파들의 바이블과도 같은 로더(Lowther) 유닛과 매우 닮았다.

영국의 음향 물리학자 폴 보잇(Paul Voigt. 1901~1981)이 설립한 로더는 1947년 최초의 트윈 콘(twin cone) 유닛을 개발, 풀레인지 스피커의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이다. 고역 개선을 위해 중저역용 콘 위에 고역용 보조 콘 ‘휘저'(whizzer)를 붙여 트윈 콘이다. 그리고 휘저 안에는 통상 고역의 원활한 방사를 위한 원뿔 모양의 페이즈 플러그가 붙어있다.


Bliss C 본격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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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iss C는 큐브 오디오가 자체 제작한 8인치 풀레인지 유닛 Fc8 드라이버를 장착한 플로어 스탠딩 스피커. 콘과 휘저 모두 페이퍼 재질이지만 제습을 위한 특수 코팅 때문에 오렌지 빛깔이 나는 점이 매력적이다. MDF 인클로저는 블랙/화이트 피아노 글로스로 마감됐다. 높이는 100cm, 가로폭은 25cm, 안길이는 40cm, 무게는 25kg. 바닥면 스파이크가 앞면에만 붙어있어 옆에서 보면 스피커가 뒤로 약간 경사진 모습이다. 스피커 케이블 연결을 위한 커넥터는 후면 하단에 싱글 와이어링으로 마련됐다.

스펙을 살펴보면 풀레인지 스피커답게 감도가 92dB로 매우 높다. 유닛 자체의 감도가 높은 데다 감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네트워크 회로가 없기 때문이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주파수응답특성은 40Hz~18kHz(6dB). 1개 유닛으로 전 대역을 커버해야 하는 만큼 고역 상한이 20kHz가 안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참고로 10인치 유닛을 쓴 Nenuphar는 저역 하한이 30Hz까지 내려간다(고역 상한은 18kHz로 동일).

큐브 오디오에 따르면 Bliss C는 12~25m2 (3.63~7.56평)의 방에서 최적의 성능을 보인다. 진공관 앰프 기준으로 최소 3W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추천 앰프는 2A3, Px4, 45 등을 쓴 진공관 앰프이지만, 클래스 A 증폭의 솔리드 앰프와도 궁합이 좋다고 한다. 베이스 튜닝이 TQWT(Tapered Quarter Wave Tube) 방식으로 설계돼 뒷벽에 바싹 붙여도 된다. 권장 토인 각은 5~1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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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Fc8 풀레인지 유닛은 중저역용 콘과 고역용 콘(휘저)으로 이뤄진 트윈 콘 타입. 콘 재질은 모두 페이퍼이며 제습을 위해 천연 레진으로 코팅을 했다. 마그넷은 네오디뮴과 페라이트의 하이브리드 구조이며, 보이스 코일의 정확한 움직임을 위해 마그넷 내부에 패러데이 링(Faraday Ring)을 삽입했다.

페러데이 링은 포칼 스피커의 NIC 모터 시스템에도 투입된 것으로, 보이스 코일이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마그넷의 자기장 범위 안에 있게 해준다. 즉, 1) 마그넷 내부에 패러데이 링을 삽입해, 2) 매우 안정적인 자기장과 인덕턴스 값을 얻어냄으로써, 3) 보이스 코일에 잔류 에너지(eddy currents)가 머물지 않도록 하는 구조다. Fc8에는 구리/알루미늄 재질의 패러데이 링이 투입돼 보이스코일이 100% 자기장 범위 안에서 +/- 3mm 앞뒤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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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8 유닛에서는 고무 재질의 서라운드(엣지)가 매우 넓고 두텁다는 것과, 안쪽에서 보이스 코일을 잡아주는 스파이더(댐퍼)가 일반 천 재질보다 단단하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는 공진주파수에서 유닛의 댐핑력을 가늠할 수 있는 Q값과 곧바로 연결되는데, 위쪽 서라운드와 아랫쪽 스파이더가 만들어내는 기계적인 서스펜션 값인 QMS가 무려 14.3이나 된다. 보통 유닛들은 이 QMS 값이 2~4에 그친다. Fc8 유닛의 탄성계수가 그만큼 높다, 즉 댐핑력이 낮다는 뜻이다(A high QMS means low damping in the suspension relative to the mass).

이처럼 댐핑력이 낮고 특히 스파이더를 이례적으로 단단하게 설계한 것은 스파이더를 포함한 서스펜션이 너무 낭창낭창할 경우 콘지의 에너지가 흡수돼 결과적으로 콘지 움직임의 리니어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지드 타입의 스파이더를 쓴 결과, 최대 6mm 범위에서 콘지가 100% 리니어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위 그래프). 한편 보이스 코일과 마그넷이 만들어내는 전기적인 서스펜션 값인 QES는 보통 유닛들과 비슷한 0.39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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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큐브 오디오에서는 풀레인지 자작 애호가들을 위해 Fc8 유닛을 이용한 3가지 타입의 인클로저 설계도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눈길을 끈다. 위 사진을 보면 왼쪽 2번째가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 3번째가 보잇 파이프(Voigt Pipe) 방식, 4번째가 MLTL(Mass Loaded Transmission Line) 방식이다. Bliss C는 이 중 MLTL 방식 중 하나인 TQWT(Tapered Quarter Wave Tube) 구조의 인클로저를 쓰고 있는데, MLTL과는 달리 별도 포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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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Bliss C 스피커를 살펴보면, 후면이나 전면에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나 백로드 혼 개구부 등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피커를 옆으로 눕혀 바닥면을 보면 커다랗고 네모난 포트가 입을 벌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뒤쪽에 오톨도톨한 폼(foam)이 부착된 내부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진다는 점. 이처럼 안으로 들어갈수록 음구가 좁아진다고 해서 테이퍼드(tapered)가 붙었다. B&W 스피커에서 트위터를 수납한 테이퍼드 튜브를 연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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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QWT는 PMC 스피커에서 즐겨 채택하는 트랜스미션 라인(transmission line)과 풀레인지 스피커의 단골 백로드 혼(back-loaded horn)을 결합했다. 이는 인터넷에 공개된 TQWT 인클로저 단면도를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음구가 뒤로 갈수록 넓어지는 점이 특징이다. 유닛 후면에서 발생한 음파가 이같은 구조의 음구를 통과하면 내부 정재파 주파수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 정재파로 인한 딥(dip)과 피크(peak) 현상을 줄여 보다 평탄한 저역을 재생할 수 있는 것.

한편 TQWT의 '쿼터 웨이브'는 저역 주파수 파장(wavelength)의 4분의1만 흡수해도 전체 저역 주파수를 흡수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쿼터 웨이브 룰'(quarter wave rule)에서 따왔다. 예를 들어 30Hz의 경우 파장이 11.33m이지만, 이의 25% 값인 2.83m 길이만 흡수해도 30Hz 전체를 흡수한 효과를 얻는다는 것. 각종 베이스 트랩이나 트랜스미션 라인 설계도 이 같은 쿼터 웨이브 룰에 기반했다.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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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에는 오르페우스의 Absolute CDP와 오디오 리서치의 진공관 인티앰프 VSi75를 동원했다. VSi75는 빔관 KT150을 채널당 2개씩 투입, 푸시풀 구동해 75W를 낸다. 드라이브관으로는 6H30을 채널당 1개씩 투입했다. 음원은 주로 룬으로 코부즈(Qobuz)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이를 위해 웨이버사의 W Router에서 USB 케이블로 출력, 앱솔루트 CDP의 내장 DAC을 활용했다.


Responsive imageAnne-Sophie Von Otter - Baby Plays Around
For The Stars

풀레인지 스피커를 들을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여성 보컬 곡이나 단품 악기 연주곡에서는 적수가 없다. 한마디로 '그녀가 바로 이 앞에 있다'. 온기가 가득하면서도 소릿결이 필자의 피부에 와닿는 촉감 자체가 멀티웨이, 멀티 유닛 스피커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러면서 8인치 중저역 콘지 덕분에 힘이 가득 베어 있는 점이 특징. 이 같은 음이 어떻게 가능할까 생각해보니, Fc8 풀레인지 유닛, 네트워크 회로의 부재, 페이퍼 콘지의 물성, TQWT 인클로저 설계 등이 눈앞을 스쳐간다. 유화처럼 두터우면서도 해상력을 잃지 않는 이 질감은 정말 매력적이고 편안하다. 특히 색소폰의 짙은 호소력은 필자를 거의 넉다운시키고 말았다. 진공관 푸시풀 대출력 앰프와도 궁합이 좋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Responsive imageEsa-Pekka Salonen, -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
Grieg Peer Gynt

첫 시작을 장중하게 들려준다. 어느 여린 음 하나라도 빼먹거나 무시하지 않는다는 인상. 굉장히 낮은 저역이고 개미 소리 같은 음인데도 착실하게 챙긴다. 이는 결국 어느 대역, 어느 음압에서라도 풀레인지 유닛이 리니어하게 움직인다는 증거다. 노이즈 플로어가 낮은 점도 돋보이는데 그냥 음만이 무대에서 솟구쳐 들린다. 확실히 메탈 유닛에 밀폐형 인클로저 스피커보다는 편안함이 앞선다. 그러나 역시 이 곡 막판 음량이 비약적으로 폭발하는 총주 부분에서는 저역이 조금 얇아지는 인상을 받았다. 농도가 묽어졌다고나 할까. 그 진중하고 무거웠던 음들이 가늘고 가벼워지는 점이 그래서 두고두고 아쉽다.



Responsive imageDrake - One Dance
Views

클래식 대편성의 아쉬움은 드럼이 작렬하는 '원 댄스'로 너끈히 보상받았다. 이것이 풀레인지 스피커에서 나오는 저역이 맞나? 이런 와중에 고음까지 다 들려준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런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한마디로 페이퍼 콘지로부터 돌덩이 저역을 수없이 얻어맞았고,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 바닥이 키 1m짜리 스피커로 인해 옅게 떨리기까지 했다. KT150 2발이 빚어낸 75W 출력의 힘이기도 하지만, 풀레인지 유닛일수록 인클로저 설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한편 이 곡에서는 여성 코러스의 담백한 질감과 세세한 해상력에도 감탄했다. 마이크로 디테일들이 일절 상처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Responsive imageBill Evans Trio - Waltz for Debby
Waltz for Debby

이 곡은 원래 볼륨을 아주 높여 들여야만 현장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92dB라는 높은 감도와 낮은 노이즈 플로어 덕분에 곳곳에서 라이브 녹음 현장 소음들이 난무한다. 특히 왼쪽 베이스의 현들이 마치 올이 풀린 듯 심하게 요동치는 모습이 압권. 물론 오른쪽에 등장한 피아노의 고음이 좀 더 투명하고 단단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전체 점수를 아주 크게 깎아내릴 정도는 아니다. 대역을 가리지 않는 톤 밸런스와 드럼의 정확한 스톱 앤 고가 워낙 돋보이기 때문이다. 파일론 스피커도 그렇고, 이번 큐브 오디오도 그렇고, 폴란드 스피커의 기세가 매섭다. 맞다. 음 알갱이 하나하나가 펄펄 살아있는 현장음을 만끽한 시청이었다.



Responsive imageWerner Thomas - Les Larmes Du Jacqueline
Harmonies Du Soir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단품 악기 재생의 표현력이 대단하다. 첼로 연주의 경우 블랙홀처럼 필자를 쭉 빨아들인다. 오케스트라 반주음은 첼로 주위에서 일종의 아늑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첼로 연주를 정신없이 듣다보니,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것은 지금 듣고 있는 스피커의 음이 가두리 양식장이 아니라, 맑은 계곡물을 요리조리 자유롭게 쏘다니는 물고기들을 닮았다는 것이었다. 코일이나 커패시터에 의해 강제 커팅당한 음들이 아니기에 이렇게 팔딱팔딱 숨을 쉬는 싱싱한 음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 첼로의 음은 왜 이리 그윽하고 애처로운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첼로곡'이라는 별명이 비로소 합당하게 느껴졌다. 배음도 많이 들렸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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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디오 애호가의 삶은 갈팡질팡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큐브 오디오의 Bliss C 스피커를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소배릭 우퍼를 단 영국 브랜드의 스탠드마운트 스피커, 아니면 풀 메탈 유닛에 풀 메탈 밀폐형 인클로저를 갖춘 미국 브랜드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를 차기 구매작으로 점찍었던 터였다. 하지만 다시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그만큼 이 8인치 풀레인지 유닛이 들려준 소리는 낯설면서도 반갑고, 자연스러우면서도 특출난 매력이 가득했다.

물론 한계는 명확하다. 특히 대편성곡에서 저역의 농도가 '갑자기'라고 할 만큼 묽어지고, 피아노 오른손 건반음의 밀도감이나 투명도가 멀티웨이 스피커에 비해 밀리는 점이 안타깝다. 하지만 곱게 자란 베란다의 관상화가 아니라 들판에서 햇살과 바람을 맘껏 쏘이며 자란 들꽃 같은 음이 이 스피커에는 있었다. 낮고 여린 음에서의 표현력, 여성 보컬곡의 디테일, 드레이크 곡에서 작렬한 돌덩이 저역도 기억에 남는다. 애호가들의 일청을 권한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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