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llaton Reference MK.II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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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의 역사는 진동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펜더가 처음 도입한 벡스트렌 콘, 아큐톤으로 유명한 틸앤파트너의 세라믹 콘, 트위터 진동판의 영원한 황태자 실크 돔, 제작자들이 변함없이 애정하는 여러 아라미드 및 플라스틱, 알루미늄, 카본 계열 콘, 그리고 B&W의 상징과도 같았던 다이아몬드 돔 및 케블라 콘 등등.

하지만 이렇게 많은 재질의 진동판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상적인 진동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진동판은 가볍고 빨리 그리고 균질하게 움직이면서도 견고해야 하는데 이 모두를 만족시킬 물질이 확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진동판의 원조라 할 페이퍼(종이)가 여러 적절한 코팅을 통해 지금도 굳건하게 우퍼 진동판 재질로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제작자들은 여러 얇은 물질을 이중, 삼중으로 포갠 샌드위치 진동판이나 여러 물질을 섞은 진동판을 개발했다. 한 물질을 통째로 썼을 때보다 강도와 파워 핸들링은 높아지고 공진과 착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포칼의 W 샌드위치 콘, B&W의 로하셀 콘, 엘락의 크리스탈 멤브레인, 틸앤파트너의 AS 콘, 다인오디오의 MSP 콘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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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샌드위치 콘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젤라톤(Zellaton)이다. 일종의 폼(foam) 코어를 가운데에 두고 앞뒤에 서로 다른 스킨을 붙인 진동판인데, 이것이 독일에서 특허를 받은 것이 이미 1931년의 일이다. 젤라톤은 결국 회사명이 되었고 지금도 그 빛나는 젤라톤 콘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우퍼 조합으로 유일무이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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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포저스와 젤라톤 진동판의 탄생


Responsive image젤라톤의 설립자 에밀 포저스(Emil Podszus) 박사

젤라톤은 독일의 에밀 포저스(Emil Podszus) 박사가 1935년에 설립했다. 에밀 포저스는 1881년에 태어나 독일 4대 연구소 중 하나인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국가고시에 합격했고,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발터 네른스트 교수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100개가 넘는 특허를 갖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발명가이자 과학자, 엔지니어였다.

그는 오디오 태동기였던 당시 스피커 진동판에 관심을 가졌다. 오랜 실험 끝에 당시 사용되던 종이나 천 등 단일 물질로는 최적의 스피커 진동판 제작이 불가능하며, 서로 다른 크기의 기포(foam)를 포함한 발포재를 앞뒤에서 아주 얇은 스킨이 감싸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강성은 높이고 쓸데없는 공진은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거품(기포)이 잔뜩 들어간 폴리프로필렌을 코어로 하고, 그 앞뒤에 알루미늄 포일을 부착한 진동판이었다. 에밀 포저스 박사는 이 진동판을 젤라톤(Zellaton)이라고 명명했는데, ‘젤라'(Zella)는 영어로 셀(Cell), ‘톤'(Ton)은 영어로 톤(Tone)인 만큼, 젤라톤은 ‘공기가 든 셀이 만들어낸 소리’라는 뜻이다. 젤라톤은 1931년에 특허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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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라톤 Pural 스피커 전·후면


젤라톤 진동판은 이후에도 혁신을 거듭했고, 1950년대 들어서는 그의 아들인 쿠르트 포저스(Kurt Podszus)와 엔지니어링 파트너 유르겐 게를리히(Juergen Goerlich)가 완성도를 높였다. 지금처럼 프런트 스킨에 알루미늄, 백 스킨에 페이퍼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 포저스-게를리히 젤라톤 콘 유닛 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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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웰 어쿠스틱스(Pawel Acoustics)의 Ensemble PA1 스피커


포저스-게를리히 젤라톤 유닛은 1980년대 들어 타사 스피커 제작사로부터도 인기가 높았다. 대표적인 것이 모니터 스피커로 명성을 떨쳤던 스위스 포웰 어쿠스틱스(Pawel Acoustics)의 Ensemble PA1으로, 트위터는 소프트 돔 트위터를 썼지만 5인치 미드우퍼는 젤라톤 유닛을 썼다. 매지코(Magico)의 2004년 초기 모델인 미니(Mini) 역시 7인치 미드우퍼로 특주 젤라톤 유닛을 썼다.

한편 에밀 포저스 박사는 1950년 10월 5일 독일 뉘른베르크시로부터 최초의 황금 발명가상(1st Golden Inventor’s Medal)을 받았다. 바바리안 심포닉 오케스트라가 축하공연을 한 이 자리에서 에밀 포저스 박사가 포저스-게를리히 젤라톤 유닛을 쓴 스피커로 베토벤 협주곡을 시연, 청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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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포저스와 젤라톤 진동판의 완성



Responsive image젤라톤의 공동 대표 마누엘 포저스(Manuel Podszus)

현재 독일 뮌헨에 있는 젤라톤은 쿠르트 포저스의 아들, 그러니까 에밀 포저스 박사의 손자인 마누엘 포저스(Manuel Podszus)가 공동 대표로 있다. 다른 공동 대표이자 대주주는 슈너징어 프로덕트 매니저이기도 한 미카엘 슈바브(Michael Schwab)로,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필자는 지난 2017년에 방한했던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1958년생인 마누엘 포저스 역시 할아버지를 닮은 천재형 엔지니어로 베를린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보쉬, 파울하버 모토렌, 다임러 AG 등에서 일했다. 10대 때부터 아버지가 만든 포저스-게를리히 젤라톤 유닛으로 자작 스피커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미드와 우퍼뿐이었던 젤라톤 콘 유닛을 트위터로 확장한 주인공이 바로 마누엘 포저스다. 그는 지금도 일일이 손으로 젤라톤 유닛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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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생산되는 젤라톤 진동판은 기본적으로 3겹의 샌드위치 콘 구조. 프런트 스킨은 아주 얇은 두께의 알루미늄 필름인데, 트위터는 0.006mm, 미드레인지는 0.008mm, 우퍼는 0.0105mm에 불과하다. 이 정도 되면 거의 페인트 수준이다. 그 안쪽에는 발포재가 코어로 들어가 있고, 백 스킨은 도포한 페이퍼로 마무리됐다. 이렇게 3겹 샌드위치 콘으로 이뤄졌지만 무게는 새털처럼 가볍다. 트위터 진동판의 경우 0.16g에 그친다.

물론 스피커 드라이버가 진동판이 전부는 아니다. 진동판을 움직여주는 보이스코일과 마그넷, 그리고 진동판을 붙잡아주는 2개의 서스펜션(바깥쪽 서라운드, 안쪽 스파이더),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네오디뮴 마그넷의 경우 최적의 자기장 세기와 분포를 컴퓨터로 3D 제어하는데 이 시스템을 개발한 주인공 역시 다임러 AG에서 이 분야 전문가로 활약한 마누엘 포저스였다.

끝으로 현행 젤라톤 스피커 라인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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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라톤 클래식(Classic) 시리즈. 왼쪽부터 Statement, Reference Mk II, Stage, Legacy 스피커


· Statement : 3웨이, 5유닛. 40mm 젤라톤 트위터, 7인치 젤라톤 미드 2발, 11인치 젤라톤 우퍼 2발. 후면에 8개 개구부. 20Hz~40kHz
· Reference MKII : 3웨이, 5유닛. 40mm 젤라톤 트위터, 7인치 젤라톤 미드, 9인치 젤라톤 우퍼 3발. 후면에 8개 개구부. 22Hz~40kHz
· Stage : 3웨이, 3유닛. 40mm 젤라톤 트위터, 7인치 젤라톤 미드, 9인치 젤라톤 우퍼. 후면에 7개 개구부. 24Hz~40kHz
· Legacy : 2웨이, 2유닛 스탠드마운트. 20mm 소프트 돔 트위터, 5인치 젤라톤 미드, 8인치 패시브 라디에이터. 45Hz~38kHz
· Plural EVO : 3웨이, 4유닛. 30mm 소프트 돔 트위터, 7인치 젤라톤 미드, 11인치 젤라톤 우퍼 2발. 후면에 1개 개구부. 23Hz~34k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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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톤 레퍼런스 MKII, 풀 젤라톤 콘 유닛 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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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의 주인공은 젤라톤의 서열 2위 스피커인 레퍼런스(Reference) MKII다. 하이파이클럽 메인 시청실에서 실물을 처음 본 순간, 필자는 후다닥 스피커 앞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사진에서만 보던 젤라톤 유닛을 가까이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5개 유닛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알루미늄 프런트 스킨과 일반적인 돔(dome) 타입이 아니라 콘 형태를 취한 트위터가 단연 압권. 여기에 럭셔리한 하이 글로스 피아노 마감의 인클로저가 뿜어내는 포스 역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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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MKII는 기본적으로 3웨이, 5유닛,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후면이 큼지막한 8개 개구부로 사실상 개방된 다이폴(dipole) 구조다. 전면 배플에는 위부터 1.6인치(40mm) 젤라톤 콘 트위터, 7인치(180mm) 젤라톤 콘 미드레인지, 9인치(220mm) 젤라톤 콘 우퍼 3발이 장착됐다. 후면 하단에는 싱글 와이어링 바인딩 포스트와, 저역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베이스 컨트롤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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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을 보면 공칭 임피던스는 4옴, 감도는 90dB이며, 주파수 응답 특성은 22Hz~40kHz를 보인다. 젤라톤 콘 트위터와 우퍼 3발 조합으로 이만한 광대역 특성을 얻은 것이다. 하이 글로스 피아노 마감(폴리에스터 코팅)의 인클로저 가로폭은 45cm, 높이는 131cm, 안길이는 71cm이며, 무게는 개당 135kg이 나간다. 메인 인클로저 재질은 MDF이며 내부는 철저하게 브레이싱 구조를 취했다. 위풍당당한 풋은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

내부 네트워크 회로와 배선과 관련해서는 값비싼 듀어런트(Duelund Coherent Audio) 커패시터와 코일, 저항 등을 아낌없이 투입했고 슈너징거(Schnerzinger) 케이블로 배선했다.

끝으로 언급할 것은 7인치 젤라톤 콘 미드레인지 유닛의 수비 범위인데 무려 250Hz~6.5kHz에 달한다( 플래그십 스테이트먼트의 미드레인지는 100Hz~8kHz). 이 정도 되면 사실상 풀레인지 유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 나왔던 젤라톤의 스튜디오 모니터 원(Studio Monitor One) 스피커는 주파수 응답 특성이 24Hz~20kHz인데도 따로 트위터가 없었다. 7인치 젤라톤 콘 미드레인지가 트위터 역할까지 겸한 것으로, 젤라톤 진동판의 탁월한 물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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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시청에는 MSB 프리미어 DAC, 패스 Xs Pre 프리앰프와 Xs300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동원했으며 음원은 주로 룬으로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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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les - Hotel California
Hell Freezes Over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젤라톤 콘 유닛과 다이폴 인클로저는 어떤 소리를 들려줬을까. 첫 곡으로 이글스의 ‘Hell Freezes Over’ 앨범에 실린 ‘Hotel California’를 듣는 순간, 레퍼런스 MKII 스피커의 여러 특징들이 마구마구 포착됐다.

깨끗한 음들이 순풍순풍 튀어나왔고, 킥드럼의 저역은 예의 뒷벽에서 강력하게 튀어나왔다. 고음과 저음을 가리지 않는 해상력은 예상대로였지만, 알루미늄 스킨이 풍기는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음 하나하나에 온기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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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organ - Hocus Pocus
The Sidewinder


곡이 시작되자 어느새 오른쪽에 드럼과 색소폰, 왼쪽에 트럼펫, 가운데에 피아노와 베이스가 가지런히 자리를 잡고 있다. 피아노와 드럼 하이햇의 높낮이 구분도 쉽다. 악기 이미지는 일절 색 번짐 없이 뚜렷하며, 그 어떤 음도 필자 쪽으로 사납게 들이대지 않는다. 사실상 후면이 없는 다이폴 인클로저의 가장 큰 장점이 이 같은 개방감과 음의 순도일 것이다. 무대 뒤쪽이 뻥 뚫린 듯한 쾌감도 상당하다.

젤라톤 콘 5개 유닛에 집중해 보면 무엇보다 음들이 깨끗하고 애매한 구석이 없으며, 고음이 튄다거나 저음이 과하다는 느낌 또한 없다. 트위터 직경이 40mm에 달하는데도 이처럼 선연한 고음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젤라톤 진동판이 중심부, 가장자리 가리지 않고 균일하게 움직인다는 증거다. 또한 트위터부터 우퍼까지 모든 진동판이 동일한 재질과 구조인데다, 형태 또한 콘으로 동일한 점도 이 같은 음 만들기에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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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a Bruni - Stand By Your Man
French Touch


젤라톤 풀레인지 콘 미드레인지가 들려준 여성 보컬 곡은 어땠을까. 칼라 브루니의 ‘Stand By Your Man’에서는 매끈한 진동판 외모와는 달리, 그녀의 목소리에서 오톨도톨한 엠보싱 혹은 패브릭 같은 질감이 느껴져 깜짝 놀랐다.

정말 이 스피커에서 이런 질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온기 또한 대단해서 마치 손에 핫팩을 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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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Warnes - Bird on a Wire
Famous Blue Raincoat: 20th Anniversary Edition


이어 들은 제니퍼 원스의 ‘Famous Blue Raincoat’ 앨범 중 ‘Bird on a Wire’는 시청실 정면 벽을 가득 점령한 묵직한 타격음과, 순간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고음에 감탄했다. 신기한 것은 이 곡에서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가 유난히 매끈하고 소프트했다는 것. 250Hz~6.5kHz를 커버하는 젤라톤 미드레인지가 있는 그대로의 음을 들려준다는 얘기다. 드럼의 탄력감 넘치는 저역은 무척 정갈해서 지저분한 구석은 단 1도 없었다.

한편 이 곡에서는 레퍼런스 MKII 스피커 후면에 있는 베이스 컨트롤러를 테스트해 봤다. 레버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저음의 타격감이 약간 소프트해지지만 음의 촉감 자체는 상대적으로 보다 깔끔해진다. SN비도 조금 상승한 느낌인데, 이 컨트롤러는 시청 공간의 크기나 저음 튜닝 상태에 따라 적절히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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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Stern, Kansas City Symphony
Saint-Saens Symphony No.3
Saint-Saens Organ Symphony


4악장을 여는 장엄하고 호쾌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에 속이 뻥 뚫린다. 소릿결은 곱고 음수는 많다. 마치 커다란 저수지 둑에서 쉬지 않고 물이 나오는 듯하다. 이러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뚫고 들리는 목관 악기들도 매력적인데 전체적으로 정리 정돈이 잘 됐다는 인상.

어떤 곡, 어떤 순간에도 혼탁한 음을 들려주지 않는 스피커임이 분명하다. 이는 젤라톤 유닛 자체가 진동판의 분할 진동(partial vibration)을 철저히 추방한 덕이다. 한편 베이스 컨트롤러 레버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역시 파이프 오르간이 다소 다이어트를 한 저음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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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est Ansermet,
Orchestra of The Royal Opera House & Covent Garden
Tarantella from La Boutique Fantasque
The Royal Ballet Gala Performance


‘Tarantella’에서는 젤라톤 콘 유닛들의 빠른 스피드가 돋보였다. 진동판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면 음들이 저마다 선명하고 깨끗해지는 것은 물론 각 악기들의 음색 역시 정확하게 구현되는 법이다. 역시 음악은 시간예술이다.

이어 ‘Andantino mosso’에서는 매끄럽게 진행된 피아노시모 파트가 돋보였는데, 특히 플루트와 하프가 극도로 섬세한 음을 들려줬다. 레퍼런스 MKII 스피커의 또 다른 덕목은 SN비다. ‘Can-Can’에서는 안으로 쑥 들어간 오케스트라의 안길이, 광대역하게 펼쳐진 진격의 다이내믹 레인지에 크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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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 Meinich, Vladimir Ashkenazy
Sonata for Viola & Piano in C major
Shostakovich Piano Trios 1&2, Viola Sonata


비올라는 장난치듯 스타카토 연주를 해대고, 피아노는 잘 얼린 얼음처럼 투명한 음을 들려준다. 놀라운 것은 첼로 뺨칠 정도로 밑으로 깊게 내려가는 비올라의 저음. 첼로를 넘어서려는 비올라의 뜨거운 욕망 같은 것을 느꼈는데, 주파수 응답 특성상 저역 하한이 22Hz까지 떨어지는 스펙이 과연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여기에 비올라에 맞춰 함께 내려가는 피아노의 저음도 또렷하게 잘 들린다. 하지만 가장 감탄한 것은 이 곡이 선사한 음의 볼륨감으로, 필자를 강력하게 속박하고 빨아들였다. 어디 하나 옹색한 구석이 없어 이보다 훨씬 큰 대형기를 듣는 듯했다. 다이폴 인클로저의 또다른 존재이유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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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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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스 MKII 스피커는 가격대가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만약 행운의 주인공이 이 스피커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이 스피커만이 들려주는 유일무이한 음과 무대에 푹 빠져들 것이다. 음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깨끗한 것은 외관을 빼닮았고, 음이 술술 나오는 데다 온기까지 느껴지는 것은 외관을 보기 좋게 배반했다. 따지고 보면 인클로저의 후면 다이폴 구조도 젤라톤 유닛의 움직임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90년 역사를 꽉 채운 젤라톤 유닛의 그 자태와 소리가 지금도 눈과 귀에 삼삼하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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